질문 23. [life 16]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래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나에게서 일을 빼앗으면 그게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이 너무 중요하다.
Work life balance로 보면 구글 시절에는 work=life였다.
새벽 1시 넘어야 퇴근하는 날이 많았고 주말도 사무실에서 보내기 일쑤.
밖에서 노는 것도 회사 사람들이랑 놀았으니 경계가 없었다.
에어비앤비에서는 내 삶을 지켜야지, 회사를 떠나도 죽을 만큼 힘들지 않게 야근도 하지 말고 내 영역을 확보해야지 생각했다.
퇴근은 제때 하지만 여전히 저녁시간에도 일했고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여전히 회사 사람들이랑 논다.
How's life? 라고 누가 안부를 물으면 I don't have a life 라고 농담반 진담반 답할 때도 많다.
일은 나에게 돈벌이나 생계 수단이 아닌
내가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고 내 몫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
인간관계에서 오는 따뜻함,
내가 누군지를 정의해주는 정체성을 모두 제공해주는 수단이다.
관계를 맺는 게 두렵고 잘할 자신이 없기에
노력하면 뚜렷한 성과가 보이는 일에 매진했다.
일은 ROI가 분명하니까.
런던에서 락다운을 겪으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 느꼈다.
하루 6-7시간씩 집에서 회의만 하면서 영화 매트릭스가 떠올랐다.
나는 Zoom 세상에서만 살아있고 몸뚱이는 그냥 책상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투자한 취미가 있었다면 좀더 견디기 쉬웠을 텐데..
내가 결혼해서 가족이 있었다면 락다운이어도 곁에 누군가가 있어서 덜 외로웠을텐데..
(물론 결혼한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하루 24시간, 몇 주 갇혀 있으니 꼴도 보기 싫다고 😂 )
나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나에게 많은 걸 가져다주는 게 일이지만
work는 work로
life는 life로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앞으로 내가 '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Work 후보들은..
⇝ Coaching / Counseling
코칭이나 심리상담 쪽으로 해보고 싶다.
people managing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이미 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게 보람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 Localization Consultation
이미 십여년을 몸담은 분야다 보니 전문지식을 나누고 싶다.
그게 강연의 형태든, 스타트업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든 의미있을 것 같다.
⇝ Learning & Development
Insights Discovery와 같은 좋은 툴을 이용한 직원 교육에도 관심이 있다.
Inhouse든, 기업 대상 강사 같은 역할이든..
나에게는 더 어렵고 중요한 Life를 만들어갈 내 관심사는..
⇝ 비행기 조종
고등학교 때 공군사관학교를 아주 잠깐 생각했다가 포기한 이후 리스트에서 빠진 적이 없다.
돈과 시간만 있음 내가 직접 하늘을 날 수 있으니까.
그 돈과 시간이 좀 많이 들어서 그렇지 ㅎㅎ
⇝ 대형 면허
비행기만큼은 아니지만 트레일러를 한 번 몰아보는 게 꿈.
18 wheeler는 좀 비현실적이고 덤프트럭이나 대형버스 정도는 해볼만하지 않나.
⇝ 글쓰기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글쓰기.
지금은 소재가 tangible한 걸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말랑말랑하면서도 메시지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 악기
싫증을 잘 내는 내가 꾸준히 하기 가장 어려운 취미다.
어렸을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했지만 지금은 피아노만 간간히 뚱땅거리는 정도.
(악보도 이제 못 보겠어서 음이름 미리 적어놓고 😅 )
뭔가 하나는 하고 싶다 나이 들어서도 내 손으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엄청난 기쁨이 될 듯.
⇝ 미술/공예
통역대학원 다닐 때 2년 간 한지공예를 했었는데 진짜진짜 좋았다.
일주일 내내 하루종일 머리에 쥐가 나도록 통역을 하고 주말에 공방에 가서 3시간동안 아무 생각없이 손만 놀리는 시간이 힐링이었다.
한지공예가 아니더라도 손으로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고 싶다.
⇝ 운동
수영이나 등산?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 하나 꾸준히 하고 싶다.
주변에선 골프를 하라고.. 진짜 애기 때 아빠 따라서 몇 번 쳐봤는데 너무 재미없어.
⇝ 명상
나한테 진짜 도움이 될 습관인데 이렇게 마지막에 적는 걸 보니 어지간히 하기 싫은가보군.
좀 하라구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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